어릴 적 오락실에 자주 다녔었다. 하지만 오락실력을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항상 보스의 거대한 벽에서 마지막 코인까지 다 쓰곤 했다. 조금만 더 때리면 내가 이긴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졌다. 오락을 하면서 그 조금의 실력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티핑포인트'라고 한다. 실패와 성공의 미세한 차이. 그 차이는 아주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나는 그 점을 어릴 적부터 겪었지만, 지금까지는 우습게 생각했었다. 추상적으로 말하면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같은 자세로 같이 도전하여 같은 실패를 낳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에서 다시금 떨어졌다. 면접 발표일까지 넉넉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내가 어떤 식으로 '취업문'을 넘으려고 했는지 되뇌어 보았다. 'ONLY ONE의 인재'라고 하기엔 모든 면에서 허술했다. '설득력도 부족했고, 스스로에 대한 생각 정립도 부족했고 소통의 능력도 부족했다. 자신감 역시 그다지 높지 않았다' 등등의 수많은 실패원인들을 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원인들은 모두 부차적인 차원의 이야기이다. 내가 극복해야 할 아주 조그만 차이, 즉 티핑포인트를 넘기에 부족했던 핵심 요인은 바로 '내가 인재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프로의 자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분야에서 삶을 살아갈지, 어떤 자세로 질문을 대할지, 내가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단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모두 아마추어의 자세에서는 '그정도면 돼'라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잠시 경험했던 제약영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신입의 경우 대부분, 매출 성과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며 지낸다. 하지만 정말 프로의 자세로 업무를 대하는 사람은 미래의 모습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를 위해 시간과 돈과 정성을 쏟았다. 그들은 그만큼 자존감도, 자신감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세상의 경계에서 멀리 있었던 것 같다. 학생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한 것이 문제다.
이렇게 공개된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이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보여주려는 목적을 지니지 않았다. 단지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게재하는 자체가 '징비'의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작은 생각일 뿐이다. 어떤 미래와 현재가 내게 다가올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을 프로의 자세로 대하고 싶다. 이 블로그도 매일 쓰면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어느정도의 '개인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 기록이 미래의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구경하면서 보았던 지휘자는 단지 30CM정도 높은 자리에 있었다. 그 조그만 높이를 오르기 위해 그는 어마어마한 악보공부와 역량개발을 해야했을 것이다.
나의 30CM를 오르겠다.


